주제별 다큐멘터리 큐레이션/사회

속지 말아야 할 삶, 잊히지 않아야 할 사람 – 부업 사기와 초로기 치매, 두 개의 현실 이야기

디-사커 2025. 6. 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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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클릭하는 영상, 그리고 사라지는 기억. 이 두 가지에 공통점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한쪽에서는 영상 시청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점점 사라지는 기억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려 합니다. 이 다큐는 디지털 범죄와 치매라는 전혀 다른 두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속고 얼마나 쉽게 잊히는지를 보여줍니다.


출처-KBS시사

끝없는 유혹과 속임수: 클릭 몇 번으로 벌 수 있다는 부업의 함정

이 다큐의 전반부는 디지털 시대의 부업 사기를 조명합니다. 경제 불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상 시청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에 현혹됩니다. 특히 혼자 식당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던 나주의 노현주 씨는 단톡방 사기단의 조작된 수익 인증과 가상화폐 투자 유혹에 빠져 결국 3,500만 원의 피해를 입습니다. 그들의 수법은 정교하게 설계된 가스라이팅과 사회적 압박 구조를 이용한 것입니다.

  • VIP 방 초대 → 고수익 미션 → 조작된 실패 유도 → 반복적 입금 강요
  • 피해자들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사기단이라는 구조
  •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이트와 가짜 사업자 등록증

이 모든 것은 기술적 수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심리를 조작하는 심리학적 범죄입니다. 수익이 보장된다며 함께 하는 단톡방의 '팀원'들이 사실상 전부 사기단이라는 점은 이 구조가 얼마나 잘 설계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초로기 치매 당사자들의 삶

다큐의 후반부는 초로기 치매, 특히 60대 이전에 발병한 치매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합니다. 40년 공무원 생활을 마친 이기범 씨는 치매 진단 후 일상의 모든 기능이 무너지는 경험을 합니다. 말도 잘하고 걷기도 하지만, 문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조차 혼란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보이는 문제'에만 반응하는지를 보여줍니다.

  • 전체 치매 환자 중 7.7%는 초로기 치매, 15년 전보다 4배 증가
  • 신체는 건강하지만 기억력과 판단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요양서비스와도 맞지 않는 구조
  • 돌봄을 전담한 가족(특히 배우자, 자녀)은 심리적·경제적 고립에 내몰림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고, 정부의 지원 체계도 노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출처-KBS시사


서로 다른 문제, 같은 구조: 사회적 약자에게 닥친 무관심의 실체

이 두 이야기를 병렬로 배치한 다큐의 연출은 탁월합니다. 표면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사기 vs 질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구조적 무관심이라는 공통된 맥락이 있습니다.

  • 부업 사기 피해자: 불황 속 생존을 모색하다 사기의 희생양이 됨
  • 초로기 치매 환자: 여전히 살아 숨 쉬지만, 시스템 밖에 존재

둘 다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다큐는 단순 고발이 아닌 구조적 반성을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해외 사례와 희망의 메시지: 치매와 공존하는 삶도 가능하다

다큐는 일본의 단노 도모후미 씨 사례를 소개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더합니다. 39세에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회사의 배려로 계속 일하고, 강연자로 변신한 그는 말합니다.

"치매는 불편할 뿐, 불행은 아닙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인 위로가 아니라, 환자도 계속해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는 실천적 제안입니다. 실제로 일부 치매안심센터에서 바리스타 훈련과 같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큐가 던지는 근본적 질문: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안전한가?

이 작품은 단지 피해를 나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우리는 왜 쉽게 속는가?
  • 왜 젊은 치매 환자는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받는가?
  • 진짜 문제는 '사기'나 '질병' 자체가 아니라, 그로부터 사람을 보호할 장치가 부족한 사회가 아닌가?

이 다큐는 어떤 사람에게 추천될까?

  • 디지털 범죄에 관심 있는 분들: 특히 단톡방 사기, 가상화폐 사기의 실체를 알고 싶은 분
  • 돌봄과 치매 문제에 관심 있는 가족: 초로기 치매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대안을 고민할 수 있음
  • 정책 결정자 및 공무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설계의 사각지대를 인식할 수 있는 작품

이 작품은 단지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회 고발 다큐가 아닙니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촘촘히 들여다보며 '구조를 해체'하는 용기 있는 시선입니다. 그래서 이 다큐를 본 후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더라도, 이 사회는 나를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업 사기, 초로기 치매. 두 문제 모두 우리 주변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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