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휘둘리고,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고,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되는 우리. 왜 그럴까?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은 우리를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줄까?
인간에 대한 유쾌한 고찰, '취미는 과학'
EBS의 과학 토크 다큐멘터리 <취미는 과학>은 밤의 만화방이라는 낯익고도 낯선 공간에서 '인간은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간다. 이 에피소드의 핵심은 단연코 인간의 감정, 선택, 후회, 그리고 의지에 관한 이야기다. 한때 전공서를 만화책으로 바꿔 꽂았다는 진행자의 고백처럼, 진지한 과학자들과의 대화는 무겁기보다는 유쾌하고 가볍게 흘러간다.
게스트로 참여한 성균관대 우충 교수는 기능성 MRI를 이용한 '감정의 뇌과학'을 설명하며, 우리가 왜 후회하고, 왜 선택을 반복하며, 왜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뇌는 예측 기계이며, 우리가 후회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 진화적으로 유익한 학습의 한 형태라는 설명은 신선하고도 위안이 된다.
후회와 감정, 뇌가 설계한 인간의 전략
다큐는 후회라는 감정에서 출발해 '반사실적 사고(카운터팩추얼 씽킹)', 즉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사고방식이 인간에게 얼마나 고유하고 적응적인지 설명한다. 이는 인간이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학습 도구이자, 뇌의 예측 능력이 빚어낸 전략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 외의 동물들도 '리플레이'를 한다는 사실.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학습하는 동물들의 행동은 인간의 후회와 닮아있지만, 언어와 상상력의 유무가 결국 그 깊이를 가른다. 인간만이 '100만 년 뒤'를 상상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언어 덕분이라는 설명은 과학과 철학이 맞닿는 대목이다.
또한, 계획을 세워놓고도 지키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단순한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상황의 복잡성과 생리적 유혹에 대처하는 능력의 한계로 설명하는 점은 자기혐오 대신 자기이해를 가능케 한다.
언어, 감정, 그리고 스토리텔링: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우 교수는 인간의 감정이 단지 본능이 아닌, 언어로 구성된 개념적 감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느끼는 많은 감정은 사실 언어를 통해 구조화된 '의미화된 감정'이며, 이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내면 모델의 일부다.
이 언어는 기억과 예측의 중첩 속에서 스토리텔링 능력을 낳는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해마와 전전두엽을 통해 저장하고, 그것을 엮어 서사(narrative)로 구성할 수 있는 존재다. 이는 후회, 사랑, 공감, 심지어는 뒷담화까지도 모두 이야기의 형태로 세계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임을 보여준다.
'비합리성'의 미덕, 그리고 후회를 통한 적응
다큐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에 대한 질문도 놓치지 않는다. 왜 우리는 '이건 안 돼!'라고 하면서도 그 버튼을 누르는가?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과 휴리스틱(Heuristics)이다.
우리 뇌는 복잡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름길 전략을 사용하며, 이는 종종 오류를 낳지만 빠른 판단을 가능케 한다. 또한, 인간의 의사결정은 '절대 최적'이 아니라 '충분히 괜찮은 선택'을 지향해왔고, 이것이야말로 진화적으로 살아남은 방식이다.
심지어 비합리성 자체가 낭만과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점도 강조된다. 인간은 단지 생존이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기에, 실패를 무릅쓰고 하늘을 나는 시도를 하고, 사랑에 빠지고, 이야기를 만든다.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과학은 대답한다
심장인가, 뇌인가? 이 다큐는 '마음'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뇌과학적으로 접근한다. 우 교수는 마음이 뇌에 있다고 보며, 그 근거로 뇌가 멈추면 인간다움도 사라진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마음은 뇌의 작동 결과물이자,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매 순간 새롭게 생성되는 동적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과학은 인간을 메마르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은, 인간이 왜 이토록 복잡하고, 매력적이며, 불완전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언어가 될 수 있다.
누구에게 추천하는가?
이 다큐는 특히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자주 후회하는 분
- 자기 통제가 어렵다고 느끼는 다이어터
-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
- 언어, 스토리텔링, 뇌과학에 흥미 있는 사람
- '왜 인간은 이렇게 복잡할까?'라는 질문을 품은 모든 이들
인간을 이해하는 순간, 나를 이해하게 된다
이 다큐는 인간을 해부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을 관찰하고, 공감하고, 웃고, 위로한다. 그래서 유익하고, 따뜻하며, 놀랍다. 우리는 왜 이럴까? 그 질문에 대해 이보다 더 입체적이고 따뜻한 과학적 접근은 드물다. 후회하는 인간, 그건 실패가 아니라, 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시도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후회하고 계신가요? 그건 정말 실패였을까요, 아니면 더 나은 나를 위한 과정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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