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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어 대신 아귀… 고기 없는 바다에서 살아남는 법 (안강망 어선密착)

디-사커 2025. 8. 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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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바다를 흔드는 거대한 그물의 숨겨진 고됨. 운명처럼 찾아온 기대, 그러나 돌아온 것은 허탈함이었다. 병어 조업의 서늘한 현실을 마주하다.


출처-바다다큐

바다를 상대하는 15일, 병어를 찾아 떠난 여정

전라남도 해역에서 병어 어획을 위해 15일간 고군분투한 한 안강망 어선의 조업 현장을 담고 있다. 하루 네 번, 6시간마다 바뀌는 물때에 맞춰 1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그물을 바다 속에 던지고 걷어올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병어는 6월 산란기를 앞두고 북상하는 고기이기에 가장 많이 잡히는 시기지만, 실제 조업 현장은 기대와는 달리 허탈함의 연속이다.

기후 변화와 조류 약화, 수온 불안정 등 다양한 요인이 어획량에 영향을 끼치며, 선원들은 점점 줄어드는 병어 떼를 쫓아 물 위에서 삶의 무게를 견딘다. 이 작품은 단순히 어획의 성공 여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과 인간의 노동, 생존을 향한 치열한 사투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투망부터 양망까지, 조업의 모든 과정을 밀착 기록하다

처음 조업을 시작할 때 선원들의 얼굴엔 기대감이 맴돌았다. “물 반 병어 반”이라던 작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무겁게 젖은 그물을 양망기에 걸고 끌어올린다. 그러나 병어는커녕 대부분은 상품성이 없는 자보(어린 조기)뿐. 병어는 단 몇 마리뿐이고,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선원들의 표정을 무겁게 한다.

물때가 바뀔 때마다 선장은 해류와 조류의 흐름, 과거 조업 기록을 토대로 병어의 이동 경로를 추정하며 투망 포인트를 결정한다. 이 선택은 거의 본능과 직관에 가까운 기술이다. 투망은 단순해 보이지만, 강한 조류에 그물이 휘청이고, 작은 방심은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모든 과정이 긴장감 속에 진행된다.

투망 후 4시간 뒤, 날이 밝자 다시 양망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병어는 거의 없고, 아귀와 도루묵 등 부차적인 어종이 주를 이룬다. 선원들은 말없이 그물을 정리하고 다음 조업을 준비한다. 물때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이 싸움은 마치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같다.


출처-바다다큐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의지, 그 경계에 선 사람들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선원들의 조업 중 발생하는 돌발 사고다. 그물이 서로 엉키거나 찢어지기도 하고, 유압 체인 고장이나 종대(그물 뼈대)의 파손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선원들은 즉시 문제를 파악하고 수선에 들어가지만, 물때를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없는 병어 떼를 잃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조류가 너무 약할 경우 오히려 조업이 힘들다는 것이다. 고기가 잘 들어오는 조건은 조류가 빠르고 바다가 거친 상태. 파도와 바람이 있어야만 병어가 활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조업의 성패는 자연의 조건에 달려 있지만, 그 속에서 사람의 민첩함과 단합, 끈기가 생존을 가능케 한다.

선원들은 불규칙한 식사와 짧은 수면을 감내하며, 조업과 수선, 선별과 정리를 반복한다. 때로는 라면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고, 땀이 배인 그물 옆에서 고기를 분류하며 잠시의 여유를 느낀다. “바다가 좋으니까, 힘들어도 즐길 수 있다”는 말 속에는 바다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생계를 위한 절박함이 공존한다.


병어가 사라지는 이유, 그 뒤에 숨겨진 환경의 메시지

병어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불규칙한 수온 변화와 조류의 약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수산과학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병어 자원량은 약 20% 감소했다. 특히 해양 온난화로 인한 수온 변화는 병어의 산란과 북상 시기를 변화시키며 어획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병어는 수심 5m~110m 연안의 모래바닥 주변에 서식하며, 산란기에는 얕은 해역으로 모인다. 이 생태 특성을 파악한 선장은 수심이 얕은 포인트를 중심으로 투망을 진행한다. 그러나 수심뿐 아니라, 조류, 바람, 시간의 미세한 차이도 결과를 달리 만든다.

단순히 한 어선의 고군분투가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해 변해가는 어업 생태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과거에 비해 병어를 비롯한 연안 어종들의 변동성이 심해졌고, 이로 인해 어촌 경제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고기 대신 얻은 것, 다시 바다로 나아갈 이유

15일간의 조업 끝에 선장은 결국 조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다. 찢어진 그물, 줄어든 병어, 쌓여가는 적자. 이번 어획량은 작년의 절반에 불과했고, 약 9천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선장은 말한다. “그래도 사고 없이 사리 마친 것으로 만족해야죠.”

경매장에 도착한 병어들은 예상보다 좋은 가격에 낙찰된다. 고기 양은 적었지만, 싱싱함과 품질은 인정받은 셈이다. 바다는 병어 대신 또 다른 교훈을 주었다. 생존을 위한 끈기, 동료와의 연대, 포기하지 않는 자세. 이 모든 것이 바다 위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과 철학, 그리고 자연과의 공존 방식을 묵직하게 담아낸다. 단순히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 자체가 감동이다.


출처-바다다큐


이 다큐를 꼭 봐야 할 이유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 어촌 현실과 기후 변화에 관심 있는 독자
  • 노동의 가치와 생존의 의미를 다룬 작품을 찾는 다큐 팬
  • 지속 가능한 어업에 대한 고민이 있는 환경학자 또는 정책 관계자

자연의 흐름에 맞서 싸우는 선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무언가를 얻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기대가 아닌 현실과 마주하며, 다시 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생존의 철학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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