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이 튀면, 머리카락 한 줌은 그냥 날아갑니다.”
이 한 마디는 이 다큐멘터리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철강 산업에서 ‘고철’은 더 이상 쓸모 없는 폐기물이 아니라, ‘재생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나는 순환의 씨앗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게 될 이 순환의 과정은 단순히 기계의 반복이 아니라, 인간의 땀과 상처, 그리고 버텨낸 시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 고철, 그 끝이 곧 시작이 되는 물질
한국의 한 고철 가공 공장. 이곳에는 매달 5,000톤에 달하는 고철이 모여듭니다.
생활 폐기물부터 조선소에서 쓰고 남은 철, 자동차 부품 공정에서 잘려 나간 철가루까지.
모두 “더 이상 쓸 수 없는 것들”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도착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고철은 철강의 세 가지 핵심 원료 중 하나로, 나머지 두 개는 철광석과 무연탄입니다.
하지만 고철은 다릅니다. 철광석이 산에서, 무연탄이 땅속에서 나오듯 고철은 도시에서,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나옵니다. 이 자체가 이미 도시광산이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 분류에서 절단까지, 사람의 손이 완성하는 공정
고철이 도착하면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것은 ‘분류’입니다. 고철의 크기, 무게, 재질에 따라 나누고, 등급을 매기는 이 과정은 단순히 기계에 의존할 수 없습니다.
검수 반장인 한창환 씨는 매일 수백 톤의 고철을 눈으로 살피고, 손끝으로 느낍니다. “비어 있는 쇠는 값어치가 없지요.” 라는 그의 말처럼, 불순물 하나가 전기로의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눈은 언제나 매섭습니다.
분류가 끝나면 절단 작업이 시작됩니다. 기계로 자를 수 없는 고철은 사람 손으로 잘라야 합니다.
베테랑 오상기 씨는 하루 15톤가량의 고철을 산소 절단기로 잘라냅니다. 온도는 순간적으로 1200도를 넘기고, 뜨거운 연기와 불꽃이 사방으로 튑니다. 그 와중에도 그는 “후회는 없다”며, 웃음을 짓습니다.
❖ 극한의 환경, 하지만 땀의 가치가 살아 있는 곳
이 작업장에선 여름이 가장 큰 적입니다. 30도가 넘는 온도에 절단 작업을 하는 이들의 얼굴은 땀에 절여 있고, 눈은 매캐한 연기에 시달립니다.
“눈 따가, 땀이 막 눈에 들어가”라는 말이 농담 같지 않은 곳.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들은 마늘을 구워 먹으며 작은 여유를 찾고, 막걸리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고철을 재탄생시키는 이들은 대부분 경력 10년 이상, 어떤 이는 25년을 이 작업장에 몸담아 왔습니다.
그들이 이 일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한 생계가 아닙니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자부심, 그리고 “아이들 대학까지 보내고, 이제 다 자리 잡았다”는 말 속에서 묻어나는 부모로서의 뿌듯함입니다.
❖ 철가루까지도 재활용, 하나도 버려지지 않는 세계
고철은 철판이나 쇠막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공장에서 나온 철가루, 파마철이라 불리는 말린 쇳조각, 주물공장에서 나오는 쇳물까지.
모든 것이 다시 순환됩니다.
작업장 곳곳에서는 이물질을 골라내는 작업이 반복되고, 철가루는 물기와 기름을 제거한 뒤 압축해 다시 제강 원료로 쓰입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세밀한 작업은 여전히 사람의 몫.
신용선 씨는 먼지와 연기에 가려진 시야 속에서 철가루 하나하나를 손으로 골라냅니다.
“기계도 사람이 돌려야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이 말처럼, 이 산업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습니다.
❖ 다시 쇳물로, 고철의 두 번째 인생
재가공된 고철은 다시 전기로에 들어갑니다. 온도는 1800도에 이르며, 쇳물이 되어 틀에 부어지기까지 수많은 공정이 필요합니다.
쇳물은 사람이 직접 80kg 바가지를 들고 옮기며, 주입구 직경 10cm에 정확히 부어야 합니다.
작업자 간의 호흡은 필수. 잘못하면 쇳물이 튀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형틀 제작, 슬래그 제거, 가공 및 절단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척’.
쇠를 닦아내는 공정에서는 회전하는 금속 구슬들이 맷돌처럼 쇠의 표면을 다듬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하나의 완제품이 탄생합니다.
❖ 재생산의 진짜 가치,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산업 영상이 아닙니다.
고철이라는 물질의 여정에 사람의 땀과 삶을 더함으로써, 우리가 ‘소모품’이라 부르는 것들이 어떻게 다시 ‘쓸모 있는 것’으로 돌아오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 실천 가능한 세 가지
- 분리배출에 조금 더 신경쓰기 – 고철도 소중한 자원입니다.
- 재활용 제품을 우선 소비하기 – 철강 업계도 탄소 중립을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 생산 현장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철 제품 뒤에는 수많은 손길이 있습니다.
❖ 마무리하며 – 당신의 철, 누구의 손에서 왔나요?
버려진 철조각이 다시 빛나는 이유는 기술이 아닌 사람입니다.
“고생 좀 해도 가족이 잘 되면 그게 제일이지”라고 말하는 한 작업자의 말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철제 제품, 혹시 이곳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은 재활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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