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는 그저 차가운 곳이 아닙니다. 삶을 지탱하는 식탁이자, 세대와 세대를 잇는 기억의 창고입니다."
겨울 바다라고 하면 대부분은 칼바람, 얼어붙은 파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부터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그런 일반적인 상상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추운 겨울에도 여전히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지켜낸 '겨울 바다의 맛'이란 무엇인지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강원도 낙산에서부터 전남 고흥의 나로도, 그리고 강동마을까지. 우리나라의 겨울 바다는 도치, 삼치, 가리비라는 제철 해산물을 중심으로 그 자체가 하나의 서사처럼 펼쳐집니다. 각각의 지역은 생선 하나로도 고유의 문화를 형성해왔고, 그 속엔 사람들의 삶과 추억, 그리고 공동체의 뿌리 깊은 연결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 혹독하지만 고마운, 동해의 도치
강원도 양양의 낙산항에서는 30년 이상 조업을 해온 어부가 도치를 잡기 위해 겨울 바다로 나섭니다. 도치는 동해안 사람들에게 단순한 생선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국물 요리, 제사상 위에 올라가던 귀한 음식, 혹은 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기억의 조각입니다.
재미있었던 건 도치의 생태였습니다. 도치는 겨울이 되면 심해의 천적을 피해 바닷가 가까이로 올라오는데, 바위 틈에 빨판을 붙이고 알을 낳기 위해 숨습니다. 도치를 삶아내 숙회로 먹을 때, 도치알을 두부처럼 굳혀서 먹는 장면은 정말 인상 깊었어요. 단백질 응고 원리를 그대로 활용한 전통 방식이라니, 정말 과학과 전통이 맞닿는 지점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울림이 컸던 장면은 91세 어르신이 도치를 드시며 “내가 이렇게 젊은 건 도치 덕분이지” 하며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음식이란 단지 배를 채우는 걸 넘어서, 그 사람의 시간을 채우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었어요.
🐟 바다의 부자, 삼치의 섬 나로도
나로도는 한때 삼치 하나로 전성기를 누렸던 곳입니다. 항구마다 삼치 잡이 배가 빽빽이 들어서고, 수출이 이어지고, 심지어 돌아다니는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입에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로요. 하지만 지금은 70척이던 배가 20척으로 줄어들고, 남은 어부는 손가락에 꼽습니다.
김원태 선장은 그 마지막 중 한 사람입니다. 손낚시 방식으로 삼치를 잡으며 “기계가 아닌 손맛으로 삼치를 느끼는 마지막 세대”라고 말합니다. 삼치 회를 떠서 간장에 찍어 김에 싸 먹는 그 지역 특유의 먹는 방식은 정말 군침 돌게 했고, 삼치 뱃살은 마치 오겹살처럼 부드럽고 고소하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회를 뜨고 남은 삼치 뼈로 끓인 어탕국이었습니다. 그 국물에서 나로도의 영광이 다시금 피어나는 듯한 느낌. 먹는 순간에도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삼치가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추억의 상징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생명의 채롱, 가리비를 키운 사람들
강동마을에서 만난 홍가리비 양식 장면은 그야말로 ‘정성’이라는 단어의 현장이었습니다. 프랑크톤을 먹으며 자라는 홍가리비는 채롱이라는 특수 장치에 담겨 바닷속에서 6개월 이상 길러집니다. 수확 철이 되면 그 가리비들은 단백질과 체지방을 가득 채우고 바다로부터 건져 올려집니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주 여성 ‘난니 씨’. 그녀는 2만 개의 채롱을 직접 관리하며, 매년 홍가리비 수확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 설명할 때마다 그녀의 손에는 생채기와 피곤함이 묻어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가리비 미역국을 함께 끓이며 마을 어르신들과 웃음 짓는 장면에서는 이 마을의 공동체적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 밥상 위의 겨울 바다 – 음식으로 잇는 공동체
도치 숙회, 삼치 선어회, 홍가리비 미역국. 이 다큐멘터리에서 ‘음식’은 단지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문화적 연결 고리로서 등장합니다. 마을 어르신들의 대사 하나하나엔 정겨운 사투리와 함께 오래된 추억이 담겨 있고, 그 추억이 다시 음식과 엮여 살아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도치로 제사를 지낸다는 장면이었어요. 도치알을 찌고, 삶고, 찜으로 만든 후 정성스럽게 상에 올리는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단지 생선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감사를 함께 올리고 있었습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세 가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단순한 감동에 그치지 않고, 뭔가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죠:
- 제철 해산물 소비: 지역 어민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계절에 맞는 수산물을 소비합시다. 겨울에는 도치와 삼치, 홍가리비가 제철입니다.
- 전통 방식의 요리 도전: 도치알 두부나 삼치 회, 가리비 미역국 같은 조리법을 가족과 함께 나누며 ‘느린 음식’의 가치를 경험해보세요.
- 지역 방문과 식도락 여행: 겨울 바다로 여행을 떠나보세요.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음식과 사람, 그리고 추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함께 이야기해요!
혹시 여러분도 겨울 바다에 얽힌 음식 기억이 있으신가요?
어머니가 해주시던 국물 요리, 혹은 명절마다 올리던 생선요리 등 추억을 댓글로 나눠주세요.
겨울 바다는 차갑지만, 그 위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어느 계절보다 따뜻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맛과 향, 기억과 사람, 그리고 삶을 이어주는 겨울 바다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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