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 웅포, 춘천 토박이의 밥상에서 배운 삶의 지혜
"나는 아홉 살 때부터 고기 잡았다니까요. 그걸로 다 먹고 살았죠."
"시어머니가 토종닭 잡아서 준 날, 그때 받은 정성은 평생 못 잊어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코끝 찡한 그리움’이었습니다. 한 끼 식사 속에, 이렇게 많은 인생의 무게가 담길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한 시간이었죠.
🍂 고향의 맛은 삶의 기록이다
강원도 정선의 깊은 골짜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에 의지하던 시절부터 살아온 토박이 부부의 일상은 그 자체로 작은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결혼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남편을 보며 설렌다는 해영 씨의 말 한마디가, 이 다큐의 전반적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그들의 밥상엔 시간이 담겨 있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물려준 닭개장 레시피에는 쌀뜨물로 비린내를 잡고, 손질한 닭을 약초와 함께 오래 푹 끓여내는 정성이 있죠. 단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군가의 건강을 기원하고, 가족의 안녕을 빌던 손맛이었습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깨진 항아리를 바비큐 화로로 개조해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흔히 버려질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방식, 어쩌면 우리 어머니 세대가 가진 가장 위대한 능력이 아닐까요?
🌾 산골의 지혜, 감자와 나물로 견딘 겨울
정선 토박이들이 겨울을 나는 법도 인상 깊었습니다. 언 감자를 갈아 떡을 만들고, 묵나물로 속을 채운 ‘온 감자떡’은 맛보다 의미가 더 깊은 음식이었죠. 곡식은 부족했지만, 산에서 나는 나물과 감자 하나로 온 가족이 함께 겨울을 이겨냈다는 이야기에는 먹먹한 울림이 있습니다.
당시엔 부족함에서 시작된 음식들이 지금은 오히려 건강한 슬로푸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화려한 조미료 없이, 자연의 재료와 정성만으로 완성되는 맛. 그게 진짜 '힐링' 음식 아닐까요?
🎣 금강 하구의 어부들, 빠가사리 찌개에 담긴 바다의 기억
전북 웅포로 무대를 옮기면, 또 다른 고향의 맛이 펼쳐집니다. 빠가사리(동작개) 찌개는 이 지역 어부들의 손맛이 배어 있는 음식이죠. 묵은지와 함께 푹 끓여낸 국물에 별다른 양념이 들어가지 않아도 깊은 맛을 냅니다. 김치의 숙성된 맛이 국물 속으로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감칠맛은 여느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풍미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 음식 뒤엔 가슴 시린 변화가 있습니다. 금강 하구둑이 막히면서 고깃배는 사라지고, 물길도 막혔습니다. 포구에 단 한 척의 배만 남았다는 사실은 단지 생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고향 풍경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어집니다.
🌱 냉이와 솔잎, 그리고 봄의 기억
춘천 꽃골마을의 옥철 씨는 막장 장독 앞에 서서 시집살이의 기억을 풀어냅니다. 강원도 특유의 막장은 된장과 간장의 중간 형태로, 짜지만 깊은 맛을 냅니다. 여기에 냉이를 넣어 끓인 뽀글장은 텃밭에서 금세 구할 수 있는 봄철 식재료로 만들어, 일주일 내내 온 가족 밥상을 책임지던 마법 같은 음식이었습니다.
솔잎 위에 찐 돼지고기, 그리고 생냉이 무침의 조화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냄새도, 식감도, 건강도 모두 잡은 ‘산골식 바비큐’죠. 무엇보다 그 음식을 함께 둘러앉아 나누는 모습이야말로 진짜 행복이라는 걸 다큐는 조용히 전합니다.
🧡 음식 속에 담긴 사랑과 유산
이 다큐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옛날 음식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어머니와 며느리,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를 놓고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닭버무리’라는 이름도 없는 음식을 기억하는 옥철 씨의 장면은 특히 인상 깊습니다. 긴장한 새색시를 위해 정성껏 만든 한 그릇의 따뜻함, 감자가 더 많이 들어갔지만 그래서 더 사랑이 느껴졌던 그 요리는 어쩌면 평생 간직할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
이 다큐를 보고 나서, 여러분도 다음과 같은 실천을 해볼 수 있어요:
- 가족의 레시피를 기록해보세요.
어머니나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음식을 영상이나 글로 남기면, 그건 하나의 유산이 됩니다. - 식재료를 아끼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감자를 얼려 두었다가 떡으로 만들어 먹던 정선 사람들의 지혜를 일상에 적용해보는 거죠. - 계절 음식을 함께 나누는 모임을 만들어보세요.
닭개장 잔치처럼, 계절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나누는 작은 밥상 모임. 공동체의 맛을 되살릴 수 있어요.
🙋♀️ 여러분의 고향의 맛은 어떤가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기억 속 고향의 맛은 어떤 음식이었나요?
댓글로 나눠주세요.
혹시 기억나는 레시피가 있다면, 공유해주셔도 좋아요.
고향 음식은 단순한 요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가족의 역사이자, 세대를 잇는 마음의 전통입니다.
그리고 그 음식을 기억하는 당신도, 누군가의 '고향의 맛'이 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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