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바로크 양식의 궁전부터 반체제 시인의 진혼곡까지, 예술과 권력이 교차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심장을 이 다큐는 두드린다. 이 도시는 어떻게 제국의 영광과 혁명의 참혹함을 동시에 품을 수 있었을까?
제국의 야망이 세운 도시, 황제의 꿈을 따라 걷다
1703년, 표트르 1세는 늪지대를 메워 새로운 수도를 세운다. 서유럽 문명을 본받고자 했던 야망이 만든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 입구에 자리한 청동 기마상은 황제가 직접 도시를 굽어보는 형상으로, 권력의 상징이자 도시의 정신적 출발점을 제시한다. 이후 건축된 성 이삭 대성당은 제국의 부와 위용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40년에 걸쳐 완공된 성당은 공작석 기둥과 황금장식으로 가득하며, 수많은 농노의 희생 위에 세워진 역사적 상징물이다.
혁명과 공산주의, 도시의 얼굴을 바꾸다
러시아 혁명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외양을 뒤흔들었다. 황실의 보석이던 겨울 궁전은 볼셰비키의 습격을 받았고, 이내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되어 권력의 상징에서 예술의 전당으로 변모했다. 공산 정권은 성 이삭 성당을 무신론 박물관으로 전환하며 종교적 흔적을 지웠고, 예술가들은 검열과 탄압 속에서도 저항의 메시지를 품은 작품을 남겼다.
저항과 기억의 미학, 인간의 목소리를 따라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의 공간에서 펼쳐진다. 그녀는 가족이 체포되고 생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도 레닌그라드에 남아 금지된 시를 입으로 전하고, 친구들은 그 시를 외운 뒤 종이를 불태운다. 그녀의 시는 자작나무 껍질에 적혀 은밀히 유통되었고, 1987년에야 공식 출간될 수 있었다. 이 시적 저항은 도시의 또 다른 문화적 뿌리이자 기억의 형식이다.
구성주의의 꿈과 소비에트의 현실
20세기 초,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아방가르드 예술의 실험장이었다. 절대주의에서 구성주의로 나아간 이 도시는 붉은 현수막 공장 같은 건축물에서 새로운 정치 이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스탈린 체제는 다시 도시를 억압의 양식으로 돌려놓았고, 과거의 예술은 잿더미가 되었다.
예술은 여전히 저항의 이름으로 살아 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저항 할머니" 옐레나 오시포바를 조명한다. 그녀는 집 한 켠에서 붓을 들고, 푸틴 정권의 폭력과 억압을 비판하는 그림을 그린다. 무너진 궁전, 사라진 시인의 집 대신 그녀의 작은 공간이 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대변한다.
과거의 그림자와 현재의 목소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궁전과 감옥, 찬란함과 어둠이 뒤섞인 도시다. 이 다큐는 그 이면을 파헤치며, 예술이 어떻게 권력에 복속되었는지, 또 어떻게 스스로를 해방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예술은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직면하는 방식이며, 도시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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