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다큐멘터리 큐레이션/세계

인도네시아 지하 동굴에서 시작된 기적: 발리의 숨겨진 삶과 신성한 음식 이야기

디-사커 2025. 8.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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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500m, 종교와 생존이 교차하는 동굴에서부터, 야자수 잎 흔드는 설탕야자 꼭대기까지. 인도네시아의 숨겨진 일상 속 신과 인간의 공존을 따라가 본다.


출처-EBS세계테마기행

마대비아사의 지하 동굴, 신념과 생존의 공간

1971년, 망치와 끌만으로 땅을 판 남자가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램봉안 섬의 한 지하 500미터 깊이 동굴. 이곳은 마대비아사라는 이름의 남성이 15년 동안 독력으로 조성한 지하 주택이다. 침실, 거실, 저장고, 심지어 명상실까지 갖춘 이 공간은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라, 당시 인도네시아 정치 격변기 속에서 신념과 생존을 함께 지키기 위한 삶의 요새였다.

1965년 수하르토의 군부 쿠데타 이후 벌어진 공산주의자 학살. 약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유로 희생되던 시대, 마대비아사는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이 지하 공간을 파기 시작했다. 동물 배설물로 만든 흙을 벽으로 삼고, 손수 뚫은 창으로 빛을 끌어들인 그의 동굴은 예술이자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다.


출처-EBS세계테마기행

바다 위의 공장, 우무가사리 해초의 향기

이후 카메라는 인도네시아 바다로 향한다. 한때 조용한 어촌이던 램봉안 섬. 그곳 거리마다 퍼지는 바다 냄새의 정체는 바로 '우무가사리'라는 해초. 홍어 냄새를 닮은 이 해초는 현지 주민들이 직접 줄에 포자를 묻어 바닷속에서 키우고, 햇볕에 말려 프랑스 화장품 회사에 납품한다. 해초 양식은 단순 생계수단을 넘어, 램봉안 사람들의 자부심이자 섬 경제의 근간이다.

고무 튜브를 활용해 해초를 수확하는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이 산업은 여성과 노인을 포함한 지역 전 세대가 참여하며, 공동체적 노동의 미학을 보여준다.


출처-EBS세계테마기행

화산의 분노와 전사 마을, 띵나의 삶

다음으로 소개되는 곳은 까랑아슴 지역의 띵나 마을. 최근 아궁산 화산 폭발로 대피령이 내려졌던 이 마을은, 사실 전사들의 후예가 살던 유서 깊은 곳이다. 마을 주민들의 건장한 체격과 강한 문화는 전사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흑돼지를 기르고, 바비굴링이라는 돼지고기 요리를 통해 공동체 잔치를 연다.

화산재가 내린 비옥한 땅 위, 향신료를 듬뿍 넣은 돼지고기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제의의 일환이다. 요리 전 신에게 술을 바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은, 신과 인간의 경계가 일상 속에서 허물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신과 함께하는 발리의 종교 의례

발리 사람들에게 종교란 단순한 믿음이 아니다. 삶 그 자체다. 망자를 위한 제의 '뽀라 달럼'에서 소는 희생의 제물로 바쳐진다. 힌두교 신자들이 소고기를 금기시하는 것과는 다른, 발리만의 문화적 예외이다.

이날 의례에는 전 마을이 참여하고, 청년들이 소를 몰고, 노인이 성수를 뿌리고, 아이들이 기도를 올린다. 이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우며, 집집마다 사원이 존재하는 이곳에선 조상신과의 소통이 일상이다. 수만 개의 사원이 있는 발리는 '신의 섬'이라 불릴 만하다.


출처-EBS세계테마기행

음식을 통한 감사, 그리고 인생의 여운

결국 발리의 모든 삶은 '감사'로 귀결된다. 먹는 행위조차 신에게 허락받은 일. 야자수에서 채취한 수액은 막걸리처럼 발효되어, 공동체 잔치에서 함께 나눠 마신다. 이 술과 함께 바삭한 바비굴링을 나누며, 사람들은 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 다큐가 보여주는 인도네시아는 관광지 너머의, 살아 숨 쉬는 인간들의 공동체다. 그들의 고된 노동, 정교한 신앙, 그리고 소박한 웃음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당신도 이런 삶을 상상해본 적 있나요?

‘나는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가?’, ‘공동체란 무엇인가?’

지하의 동굴, 바다의 해초, 화산 옆 마을, 그리고 제물로 바쳐진 소 한 마리까지. 이 다큐는 그 자체로 종교적 수행, 정치적 투쟁, 공동체적 삶이 얽혀 있는 한 폭의 인간 서사시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진짜 얼굴을 보고 싶다면, 이 다큐를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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