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도로, 지루하다고요? 상하이에서 티베트까지 이어지는 중국 최장 국도 318호선, 그중 쓰촨–티베트 구간은 매 구간이 영화 속 장면 같습니다. 고도 5,000m를 넘나드는 길 위에서 사계절을 동시에 만나고, 사람과 문화, 그리고 자연이 주는 압도적 감동을 경험하게 되죠.

하늘과 맞닿은 길, 318도로의 시작
중국 쓰촨성 야안에서 출발합니다. 이곳은 명·청 시대 차마고도의 중요한 기착지로, 400년 전 거리와 목조건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온화하고 습한 기후 덕에 푸릇푸릇한 여름이 일찍 찾아오고, 여행자는 이곳에서 꿈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318도로는 상하이에서 라사까지 5,476km, 중국에서 가장 긴 도로입니다. 그중 쓰촨–티베트 구간은 험난하지만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불과 몇십 km 사이에 1,000m 이상의 고도차를 오르며,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풍경 변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시장과 첫 번째 관문, 캉딩
차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도로변 시장이 등장합니다. 현지에서 직접 재배·가공한 호두, 사과, 훈제고기 등이 여행자를 붙잡습니다. 상인들의 후한 인심과 푸근한 환대 덕에 여정은 더욱 따뜻해집니다.
첫 목적지는 티베트로 들어가는 관문, 캉딩. 해발 약 2,500m의 이곳은 도시 한가운데를 빙하수가 흐르고, 두 색의 강물이 합류하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추위를 이겨내는 고열량식인 돼지고기 국수와 담백한 샤오마이는 캉딩에서 꼭 맛봐야 할 별미입니다.

고산병 대비와 18개 지그재그의 장관
캉딩에서 티베트로 진입하기 전, 여행자는 고산병 예방약과 산소 스프레이를 준비합니다. 티베트 여행 경험자라면 누구나 알듯, 고산병은 젊고 건강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길에는 해발 3,980m에 자리한 ‘18개 지그재그 도로’가 등장합니다. 산을 타고 이어지는 S자 곡선들이 마치 하늘을 나는 용을 연상케 합니다. 이곳은 318도로의 백미 중 하나로, 운전자의 심장도 함께 뛰게 만드는 코스입니다.

타공 마을과 하늘을 품은 초원
해발 3,700m의 타공 마을은 티베트 불교 수행지이자 설산 전망대가 유명합니다. 구름이 걷히면 5,000m급 설산과 맞닿은 광활한 초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으로 담아야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이 지역은 ‘캉바족’의 고향으로, 키 크고 체격 좋은 남성들이 유명합니다. 하지만 여행자가 더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마을 여성들의 부지런함과 따뜻한 인심이었습니다. 손님에게 환영의 의미로 긴 비단 ‘짜시래’를 걸어주고, 버터차와 전통 빵, 야크고기, 보릿가루 음식 짬빠를 대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체험입니다.
가축과 함께 사는 일상
하룻밤 머물며 현지 가정의 아침 일상을 담습니다. 가축 먹이 주기, 소똥을 말려 연료 만들기, 전통 빵 굽기 등 고산 마을의 삶이 고스란히 펼쳐집니다. 소똥 연료는 연기와 냄새 없이 오래 타고, 한겨울 추위를 견디게 하는 필수 자원입니다.
마을 주민 졸사 씨의 안내로 해발 3,900m의 언덕에 오르자, 중국 지도와 닮은 초원이 나타납니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꽃과 호수, 가축이 어우러진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설산과 사람 이야기로 남는 여정
여행의 마지막 구간, 318도로가 지나는 리탕에서는 해발 6,200m의 신산이 위용을 드러냅니다. 1년 내내 눈 덮인 봉우리는 알프스를 연상시키며, 보는 순간 말문이 막힙니다. “천국의 눈물 같다”는 현지인의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느끼게 됩니다.
이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인간은 그저 작은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여정이 남긴 울림과 배움
단순한 드라이빙 여행기가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문화·자연의 이야기입니다. 고도 변화에 따라 하루에 사계절을 경험하고, 마을 사람들과 밥을 나누며,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웁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길’이라는 타이틀 뒤에 숨겨진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입니다. 이 여정은 ‘풍경 감상’에서 ‘삶의 이해’로 확장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다음 여행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드리는 제안
318도로 쓰촨–티베트 구간은 단순히 멋진 길이 아니라,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길입니다. 장대한 설산, 드라마틱한 하늘길, 그리고 진심 어린 환대가 기다립니다.
다만 해발 5,000m급 구간이 많아 고산병 대비는 필수입니다. 체력과 준비가 된 여행자, 문화와 사람을 깊이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길 위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이 다큐를 보고 나면, 분명 그 답을 찾고 싶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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