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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담은 타일과 와인, 포르투갈 동서남북을 여행하다

디-사커 2025. 4. 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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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과 스페인, 문명의 가장 깊은 빛을 만나다


“이 도시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와인은 항아리에 숨 쉰다.”
이 문장을 듣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속에서 묵직한 울림이 일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유럽, 그 익숙한 프랑스나 이탈리아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땅에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 리스본 – 파란 타일에 담긴 이야기

여정은 리스본, 유럽의 서쪽 끝자락에서 시작됩니다. 1755년 대지진으로 무너진 도시가 어떻게 다시 일어섰는지를 보여주는 코메르시우 광장, 그 거대한 아치와 바닷바람을 마주하며 여행의 첫 페이지가 열립니다.

노란 트램을 타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오르다 보면 도착하는 산타루치아 전망대, 이곳은 단순한 조망 포인트가 아닙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아줄레주 타일 벽화는 마치 시간을 붙잡아놓은 듯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죠. 포르투갈의 청과 백의 예술, 아줄레주(Azulejo)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역사와 감정의 기록입니다.


🟨 칼사다, 거리의 예술

리스본 거리를 걷다 보면 발 아래에서조차 예술이 피어납니다. 칼사다 포르투게자(Calçada Portuguesa). 검정과 흰 조약돌로 만든 기하학 문양은 걷는 이의 눈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습니다. 하루 1미터 남짓만 작업할 수 있다는 칼세테이루(장인)들의 손길이 도시 전체에 녹아 있는 셈이죠.

이 거리는 단순한 길이 아닙니다. 시간을 걷는 예술의 통로입니다.


🛡️ 엘바스 – 도시 자체가 요새

리스본을 떠나 동쪽으로 향하면 마주하는 도시, 엘바스(Elvas). 여긴 놀랍게도 도시 전체가 요새입니다. 중세 시대의 전쟁과 국경 방어를 위한 그라사 요새와 산타루치아 요새, 그리고 도시를 감싸는 성벽 구조는 한 편의 전략 전술 교본처럼 느껴집니다.

도시 입구에 우뚝 선 수도교(Aqueduto da Amoreira)는 100년 가까이 건설된 거대한 석조 수로로, 도시를 지탱하는 실질적 생명줄이었습니다. 현대식 도시는 그 효율에 감탄하고, 고대식 도시는 그 끈기와 철학에 감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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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렌테주 – 항아리 속에서 숨 쉬는 와인

포르투갈 동부 알렌테주 지역은 햇살 가득한 평야와 함께 독특한 와인 문화로 유명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로마식 전통 토기 항아리 속에서 숙성되는 와인. 이 거대한 항아리는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니라, 수천 년의 시간과 정성이 응축된 문화유산 그 자체입니다.

올리브 오일로 산소를 차단해 발효를 조절하고, 포도껍질까지 함께 숙성해 깊은 풍미를 만들어내는 이 방식은 현대 와인 제조법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첫 항아리를 여는 날, 모두가 축제를 열며 와인을 나누는 장면은 이 여정의 백미 중 하나였습니다.


🏛️ 포르투 – 도시 전체가 예술

북부의 도시 포르투(Porto)에서는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운 아줄레주 타일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특히 알마스 성당(Igreja de Almas)은 마치 거대한 타일 회화 작품처럼 도심 속에 우뚝 서 있습니다. 여행을 하며 이런 정체성을 시각화한 도시를 만난 건 처음이었죠.

밤이 되면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파두(Fado)의 선율. 바다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슬픔과 회한, 그리고 자긍심이 담긴 이 음악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국민의 감정이 살아 있는 유산이었습니다.


🐎 해변에서 펼쳐진 경마 – 카디스의 놀라움

국경을 넘어 도착한 스페인 카디스(Cádiz)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해변에서 벌어지는 경마 대회. 매년 단 하루, 이 작은 해변 도시는 축제의 장이 됩니다. 아이들이 표를 팔고, 경주마가 바닷물을 튀기며 질주하고, 가족들은 그 순간을 함께합니다.

1845년부터 이어진 전통은 지금도 사람들의 삶과 감정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경제와 역사를 한데 엮은 이 문화는,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했죠.


🏰 세비야와 그라나다 – 이슬람의 자취, 황금의 유산

세비야(Seville)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스페인 광장과 세비야 대성당. 고딕과 르네상스, 이슬람이 뒤섞인 복합 건축양식은 말 그대로 역사의 충돌과 화합을 상징합니다. 콜럼버스의 묘가 성당 안에 있다는 사실은, 이 도시가 세계사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였습니다.

마지막 도착지는 그라나다(Granada). 이곳의 알람브라 궁전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동화 같았습니다. 레이스처럼 섬세한 천장 장식, 복잡하게 얽힌 무늬, 물길과 정원까지. 이슬람 건축의 정수가 이 궁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 이 여정이 남긴 것들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관광지를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시간과 감정, 역사와 인간의 흔적을 따라가는 감성 다큐이자, 우리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 이 다큐에서 얻은 실천적 통찰:

  1. 현지 전통을 이해하는 여행 – 단순한 ‘구경’이 아닌 ‘참여’가 여행의 진정한 가치입니다.
  2. 문화유산을 존중하는 소비 – 대량 생산된 와인보다 수작업 항아리 와인을 택해보세요.
  3. 기억에 남는 감정 중심 여행 – 감정이 살아 있는 음악과 음식,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여러분은 포르투갈 또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요?
혹은 여러분만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함께 나누는 여행 이야기가 다음 누군가의 인생 여행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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