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위에 세운 미래 도시, 브라질의 중심을 달리다"
브라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카니발, 삼바, 축구, 아마존 정글… 대부분이 브라질의 해안 도시를 떠올리죠. 하지만 이번 여행은 조금 달랐습니다. 바다도, 숲도 아닌 브라질의 심장부. 세하두(Cerrado)라 불리는 내륙 고원에서부터 시작된 이 여정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든 미래 도시 브라질리아에서 시작해 사막과 호수가 맞닿은 신비로운 공간 랜소이스 마라니엔시스까지 이어지는 여정이었습니다.
🏛️ 미래가 현실이 된 도시, 브라질리아
50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 그곳에 세워진 도시 브라질리아는 브라질의 수도로, 단 4년 만에 건설된 계획도시입니다. 처음 도시에 들어설 때, 마치 미래 도시에 착륙한 듯한 기분이 듭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긴 대칭축, 질서 정연하게 배치된 정부 기관 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인공 호수.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바로 성당과 외교부 청사, 그리고 국회의사당이었습니다. 하늘을 닮은 곡선과 햇빛이 쏟아지는 유리창, 그리고 300kg에 달하는 천사 조형물이 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천장 아래, 신을 향한 찬양보다 ‘하늘과 인간의 연결’이라는 메시지가 더 강하게 느껴졌죠.
🌿 외계에서 온 듯한 자연, 샤파다두스 베아데이루스
브라질리아에서 차로 몇 시간, 드넓은 세하두 지대가 펼쳐지는 고이아스 주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브라질 내륙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샤파다두스 베아데이루스 국립공원이 자리한 곳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달의 계곡(Vale da Lua)”이라 불리는 지형. 회색의 바위들이 휘어진 채 땅 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 물결이 흘러가다 돌처럼 굳어버린 듯한 모습이 진짜 달 표면을 걷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지역 사람들 사이에선 UFO를 봤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심지어 마을 초등학교 벽에도 외계인이 그려져 있다니, 이쯤 되면 믿고 싶어질 정도죠.
💰 금빛 꿈이 남은 도시, 오르프레투
18세기 브라질 최초의 금광이 발견된 곳. 그 금빛 욕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도시, 오르프레투는 시간마저 멈춰버린 듯합니다. 좁은 골목, 언덕길, 신호등 하나 없이 사람과 자동차가 조심스레 어울리는 거리 풍경.
놀라운 건 이 작은 마을에 성당이 무려 23개나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흑인 노예, 백인, 혼혈… 당시의 사회 계층이 교회 건물로 나뉘어 있었다는 역사적 현실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필라 성모 성당 내부에 사용된 400kg의 금 장식은 포르투갈 엘리트 계층만을 위한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그 화려함 속에 숨겨진 불평등이 더욱 도드라졌습니다.
🎨 대자연 속 예술의 파라다이스, 이뇨칭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에는 세계 최대의 야외 미술관, ‘이뇨칭(Inhotim)’이 자리합니다. 자연과 예술이 완벽하게 공존하는 이 공간은, 여의도의 7배에 달하는 규모로, 500점이 넘는 현대 미술작품이 정원과 숲 속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말하는 땅’이라 불리는 전시였어요. 깊은 광산 안쪽에서 울려 퍼지는 지구의 진동 소리는 인간의 지각 너머에 있는 세상을 엿보게 하는 듯했습니다. 현대 미술이 어렵게 느껴질 때, 이곳에선 그저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미학적 경험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죠.
🏜️ 사막 위에 뜬 푸른 눈, 랜소이스 마라니엔시스
그리고 마침내, 브라질의 마지막 기적이라 불리는 랜소이스 마라니엔시스에 도착했습니다. 하얀 사막과 푸른 호수, 이 이질적인 두 풍경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곳은 말 그대로 지구에 있는 ‘다른 행성’ 같았습니다.
우기 끝자락, 3만 5천 개의 호수가 생겨나는 마법 같은 현상. 이 호수는 지하수도, 빗물도 아닌 순수하게 비로만 채워진 물이라고 합니다. 특히 라고아 보니타에 올라 그 풍경을 내려다봤을 때, 마치 하늘이 땅에 내려앉은 듯한 장면이 펼쳐졌어요.
그리고 그 풍경 속에서 문득, ‘여행은 현실보다 더 진실한 경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브라질이 내게 가르쳐준 3가지
- 도시는 꿈꾸는 자의 것이 된다
– 브라질리아처럼,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도 이상과 철학이 있으면 도시가 된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도 그런 도시를 지을 수 있다. - 자연은 언제나 옳다
– 랜소이스의 사막호수나 샤파다두스의 바위지형처럼, 인간이 아무리 만들고 꾸며도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엔 미치지 못한다. - 과거는 땅에 남고, 사람은 떠난다
– 오르프레투의 금광 유산을 보며, 욕망이 지나간 자리엔 유산과 교훈만이 남는다는 걸 배웠다.
💬 당신만의 브라질은 어디인가요?
브라질은 단지 열정의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그 안엔 치열한 역사와 인간의 꿈, 그리고 자연의 경이가 공존하고 있었어요.
💬 여러분은 브라질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가요?
💬 혹은, 여러분이 만든다면 어떤 도시를 세우고 싶으신가요?
'주제별 다큐멘터리 큐레이션 >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 만에 마법 같은 사막 여행! 알 울라 마라야 공연장부터 코끼리 바위까지 (0) | 2025.04.25 |
---|---|
47시간을 건너 파타고니아로: 바다사자, 펭귄, 빙하를 만나는 여정 (1) | 2025.04.24 |
시간을 담은 타일과 와인, 포르투갈 동서남북을 여행하다 (0) | 2025.04.16 |
황금의 저주: 콜롬비아 ‘조코’, 노예의 땅에서 여전히 금을 캐는 사람들 (0) | 2025.04.12 |
앙코르와트, 600년 찬란했던 왕국의 비밀! 그들은 왜 사라졌을까? (2) | 2025.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