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남쪽에, 아내는 북쪽에 따로 산대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웃음이 났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게 무슨 옛날 이야기인가 싶었죠. 하지만 충남 청양과 경북 문경의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두 부부의 이야기를 보고 나니, 그 말이 가진 깊은 의미를 곱씹게 됐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시골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의 철학을 담고 있었습니다.
🐑 청양 알프스,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남자
청양의 작은 목장에서 살아가는 김윤호 씨 부부. 도시에서 30년 넘게 체육관을 운영하던 그는 어느 날 모든 것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오랜 도시 생활 끝에 다시 자연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짐승이 너무 좋아서요.” 어린 시절, 학교 다니기 전부터 토끼 100마리를 키우던 소년은 결국 자연으로 돌아왔습니다.
양, 말, 닭, 조랑말까지. 처음엔 혼자였지만, 지금은 아내도 함께 동물들과 살아갑니다. 아내는 처음엔 시골 생활과 동물들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지금은 밥도 주고, 말을 걸고, 미소를 짓습니다. 그렇게 ‘혼자 좋아하던 꿈’은 ‘둘이 만들어가는 삶’이 되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양이 새끼를 낳는 순간입니다. 아직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아기 양을 보며 손수 젖을 먹이는 윤호 씨의 손길은 부모의 마음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 따뜻한 장면은 단순한 귀농 다큐를 넘어,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 문경, 한 울타리 안의 두 집 – 부부가 따로 사는 이유
반면, 문경의 장덕근 씨 부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갑니다. 한 울타리 안에서 집은 따로 쓰며, 전기도 따로, 생활도 따로 합니다. 그들은 41년간 결혼 생활을 해오며, 각자의 공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법을 익혔습니다.
덕근 씨는 흙집을 직접 보수하며 아내의 공간을 지켜주고, 아내는 자신만의 흙방에서 아늑한 삶을 꾸려갑니다. 한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미나리 농사처럼 해야 할 일은 함께합니다. 투닥투닥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짜 부부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다
이 두 부부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자연으로 돌아왔다’는 것. 누군가는 동물을 위해, 누군가는 평온한 노년을 위해 도시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삶은 단순한 귀촌, 귀농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 그것이 진짜 핵심입니다.
김윤호 씨는 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며, 꿈꿔왔던 삶을 이뤘습니다. 장덕근 씨 부부는 각자의 공간을 존중하며 자유롭고 편안한 노년을 보냅니다. 누군가 보기엔 ‘사서 고생하는 삶’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 우리가 배울 수 있는 3가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의외로 많습니다. 단지 귀농을 꿈꾸는 이들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있죠.
공존의 방식은 다양하다. 한 울타리에서 따로 사는 부부, 동물과 하나 되는 남자.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도 각자의 방식이 있듯, 가족과의 관계도 다양한 형태로 존중될 수 있습니다.
자연과의 연결은 회복을 준다. 생명을 직접 돌보고, 계절에 따라 살아가는 삶은 정신적으로 큰 치유를 줍니다. 도심에서 놓치기 쉬운 감각을 되찾게 해줍니다.
진짜 삶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때 시작된다.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우선하는 삶. 그것이 이 부부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진정한 자립입니다.
📝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혹시, 여러분은 언제 가장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꼭 귀농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작은 식물을 키우거나, 반려동물과 교감하거나, 가족과 조금 더 솔직해지는 것. 이 다큐멘터리는 그런 삶의 힌트를 줍니다.
“자연과 사람, 동물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 사이 어딘가에 진짜 삶의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