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밀을 재배해서 만든 인삼 발효빵, 어머니에게 바치는 꽈배기 한 조각. 그 속엔 수많은 봄날의 땀이 녹아 있었습니다."
금산군 깊은 산골, 내비게이션조차 망설이는 외진 길을 따라가면, 다소 낡고 투박한 컨테이너 건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봐도 빵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곳. 그러나 바로 그 안에 진정한 ‘빵의 철학’을 굽는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황선학. 농부이자 제빵사이며, 무엇보다 아들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도시 속 트렌디한 베이커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황선학 씨의 빵은 하나하나의 결이 깊다. 이곳에서는 빵을 굽기 위한 밀부터 직접 재배한다. 8,000제곱미터에 달하는 밭에서 밀을 심고, 가꾸고, 수확한다. 여름 장마 전 수확을 목표로 하는 그 계절의 루틴은, 농부의 시간표에 맞춰 정직하게 반복된다.
밀은 단지 재료일 뿐만 아니라 그가 매일 아침 땀 흘리며 다듬는 정성의 집합체다. 직접 키운 밀은 정선, 석발, 세척, 재건조를 거쳐야 비로소 ‘빵이 될 자격’을 갖춘다. 이 복잡한 과정을 단 한 사람의 손으로 해내는 이유는 하나, ‘내 가족이 먹을 빵이기에 정직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인삼으로 키운 천연 발효종, 그 집념의 산물
황선학 씨의 빵이 특별한 이유는 재료와 정성뿐만이 아니다. 그는 발효의 기본 단위인 ‘효모’마저도 직접 만든다. 그것도 인삼으로.
인삼의 당분을 발효시켜 천연 효모를 키우는 실험은 수많은 실패를 딛고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 일반적인 사워도우와는 다른,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 그리고 무엇보다 속이 편한 빵이라는 소비자들의 호평이 쏟아진다. 효모는 38도의 온도에서 일주일간 발효되어야 제대로 살아난다. 이 모든 과정이 손을 거치며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단순히 ‘건강한 빵’ 이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빵 한 조각에 담긴 가족의 추억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가 단순히 '빵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 빵 속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황선학 씨가 어머니를 위해 꽈배기를 만드는 장면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하다. 어린 시절 타지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아들. 그 아들이 수십 년이 흘러 어머니를 위해 직접 만든 꽈배기를 들고 돌아온 것이다. “이거 내가 만든 게 최고다”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긴 이별 끝에 다시 맺은 가족의 약속 같았다.
어머니는 손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손짓 하나에 웃으며 꽈배기를 함께 말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닌, 세월을 아물게 하는 추억의 조각이었다.
정직한 빵이 가져오는 작은 기적
황선학 씨의 빵집에는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아이에게 먹이기에 안심이 된다”, “속이 편하고 소화가 잘된다”는 리뷰들이 줄을 잇는다. 이 빵에는 과학적인 방부제도, 인공첨가물도 없다. 오직 땅에서 온 것과 손에서 만들어진 것만이 그 재료다.
손님들은 이미 그 정직함을 알아본 듯하다. 단골이 되고, 매주 빵을 사러 오고, 입소문은 자연스레 퍼졌다. 유명한 유튜브 채널이나 SNS 광고 하나 없이, 오직 ‘맛’과 ‘신뢰’로 손님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세 가지 실천
이 이야기가 감동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삶에 작은 실천을 남겨야 한다.
로컬푸드를 더 많이 소비하자 가까운 농가에서 생산된 식재료는 환경에도, 몸에도 이롭다. 내 지역을 지키는 소비자가 되자.
정기적인 ‘가족 요리의 날’을 만들자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좋다. 부모님, 자녀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보자. 빵 한 조각에도 추억이 피어난다.
음식의 출처를 묻는 소비자가 되자 건강한 음식은 포장지 뒤의 ‘작은 글씨’에서 시작된다. 어디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살펴보자.
당신의 ‘빵’엔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우리는 매일 빵을 먹는다. 편의점에서, 카페에서, 혹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빵 한 조각에도 누군가의 철학과 삶이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다큐멘터리는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