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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위의 제국, 아부다비 — 유목민과 석유가 만든 두 얼굴의 도시

디-사커 2025. 5. 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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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그 이름만으로도 거친 생명력을 떠올리게 한다. 아랍에미리트의 중심, 아부다비는 그런 사막 위에 세워진 기적 같은 도시다. 이 화려한 도시 뒤에는 유목민 배두인(Bedouin)의 전통과 지혜가 녹아 있다. 척박한 땅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한 편의 대서사시를 만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아부다비, 사막 위의 기적

아부다비(Abu Dhabi)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이자 행정의 중심지로, 전체 영토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석유 생산량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카사르 알와탄(Palace of the Nation), 즉 대통령궁은 축구장 수십 개에 달하는 규모로, 하얀 화강암과 석회암으로 장식된 이 궁전은 무려 7년의 건축 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대통령궁 내부는 평화(흰색), 사막(노랑), 바다와 하늘(파랑)이라는 색을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초대 대통령 셰이크 자이드(Sheikh Zayed)의 어록을 담은 금빛 캘리그래피 구조물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계 최고급 호텔과 금으로 장식된 일상

아부다비의 상징적인 7성급 호텔, 에미리트 팰리스(Emirates Palace)는 건설비만 약 4조 원이 투입된 초호화 건축물이다. 호텔 내부에선 금가루를 뿌린 카푸치노금이 들어간 아이스크림까지 판매되며, 관광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UAE의 고유한 환대 문화부를 통해 얻은 새로운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왕가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알호슨 궁전

알호슨 궁전(Qasr Al Hosn)은 아부다비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건물로, 1966년까지 왕가가 실제 거주했던 장소다. 이곳에서는 매년 알호슨 페스티벌이 열리며, 경찰복장을 한 퍼레이드와 아바야를 입은 여성들, 그리고 매와 함께하는 사진 촬영 등이 진행된다.

이런 행사들은 단순한 관광 콘텐츠를 넘어, 전통을 지키고 후손에게 전하는 문화의 장이 된다.


사막을 이동하는 삶, 낙타 미모 대회

사막 깊숙한 알다프라(Al Dhafra) 지역에서는 낙타 미모 대회가 열린다. 단순한 동물 경연이 아니라, 배두인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는 상징적 행사다. 낙타는 이들에게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니라 영원한 동반자로 여겨진다.

미모의 기준은 독특하다. 긴 다리, 큰 머리, 길고 축 늘어진 입술 등이 주요 평가 요소다. 대회 우승자에겐 고급 향신료 사프란을 아낌없이 바르며, 막대한 상금과 명예가 주어진다. 이는 사막 문화의 현대적 계승이라 할 수 있다.


매의 나라, 고공을 누비는 전통 스포츠

매경주대회(Falcon Racing)는 아랍 에미리트의 대표적인 전통 스포츠다. 매 조련사 살림 씨는 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가문의 명예를 이어간다. 대회 전에는 매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가죽으로 눈을 가리며, 경기장에서는 빠른 비행을 위해 굶긴다. 이처럼 세심한 조련이 승부를 가른다.

살림 씨의 농장에선 매뿐 아니라 낙타와 말도 함께 길러지며, 이곳은 단순한 농장을 넘어 문화 보존의 공간이자 가족의 유산이 깃든 장소다.


아랍에미리트의 심장,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Sheikh Zayed Grand Mosque)는 축구장 다섯 개 크기의 거대한 예배당으로, 11년의 건축 끝에 완성된 UAE 최대의 모스크다. 여든두 개의 하얀 돔, 13개의 농구장 크기를 넘는 카펫, 세계 최대급 샹들리에 등이 화려함을 더한다.

이 모스크는 이슬람의 신앙과 예술이 절정에 달한 상징적 공간으로, 전 세계 관광객은 물론 지역 주민에게도 영적 쉼터로 사랑받는다.


과거의 유산, 미래로 향하는 이야기

오베이드 씨의 집은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작은 박물관이다. 118호 알칸주홀(Al Khanjoul)이라는 이름의 이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유물 15,000점이 전시돼 있다. 독일차, 매 초상화, 코란 장식물 등은 UAE의 역사와 함께 오베이드 씨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말한다. “석유로 얻은 풍요는 이제 미래에 투자되고 있다.” 이 말은 아부다비, 나아가 아랍에미리트가 지향하는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마무리: 사막에서 피어난 문화의 꽃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그 중심인 아부다비는 사막 위에 피어난 문명의 꽃이다. 배두인의 전통, 현대적인 도시, 고유의 스포츠와 축제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이곳의 문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다큐멘터리다. 금빛 사막 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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