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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뉴질랜드 — 100년 전 거리부터 돌고래 수영까지 완벽한 로드트립

디-사커 2025. 5.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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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지구 반대편,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땅이다. 이 나라를 여행하는 일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다. 그것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 대자연과 함께하는 감성적인 탐험이 된다. 이 글은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을 오가며 겪은 시대적 풍경과 자연의 경이로움,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을 담은 시간여행 다큐멘터리 리뷰이다.


1930년대로 돌아간 도시, 네이피어(Napier)

네이피어는 뉴질랜드 북섬의 동부, 호크스 베이(Hawke's Bay) 지역에 위치한 작은 해안 도시다. 이곳은 1931년 2월 3일, 규모 7.8의 강진으로 도시 전체가 무너졌지만, 주민들의 의지로 1930년대 유행하던 아르데코 양식으로 다시 지어졌다. 이 건축 양식은 단순하지만 세련되고, 무엇보다 내진 설계에 유리했다.

오늘날 네이피어는 ‘아르데코의 도시’로 불리며, 매년 2월이면 아르데코 축제를 연다. 이 축제는 단순한 과거 재현이 아니다. 기차, 복장, 자동차, 음악 등 모든 것이 1930년대의 분위기로 꾸며지며, 마치 영화 세트장 속으로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참혹한 자연재해를 기억하는 방식이 꼭 눈물이어야 할까?” 이곳 사람들은 아픔을 축제라는 방식으로 승화시키며, 공동체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오클랜드(Auckland): 여유와 역동이 공존하는 도시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는 북섬의 관문이자, 경제·문화의 중심지다. 수변 도시답게 페리와 항만, 그리고 스카이타워(Sky Tower) 같은 랜드마크가 도시의 풍경을 수놓는다. 특히 타워 꼭대기에서는 번지점프를 즐기는 이들을 볼 수 있는데, 그 광경은 오금이 저릴 만큼 아찔하다.

여유로운 시민들의 삶 속에는 깨끗한 자연환경이 녹아 있다. 오클랜드에서의 주말 풍경은 ‘삶의 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로토루아(Rotorua): 땅에서 솟아나는 신비

로토루아는 지열 활동이 활발한 화산 지대에 위치한 도시로, 곳곳에 자연 온천이 숨겨져 있다. 유황 냄새가 스며든 공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계곡은 마치 지구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듯한 경험을 준다.

무료 자연온천에 몸을 담그면, 그 따뜻함과 대자연의 품 안에 안긴 듯한 안락함이 밀려온다. 여행객들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이 공간은, 로토루아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7미터 폭포를 넘는 모험: 레프팅 체험

로토루아 인근에서는 투테아 폭포(Tutea Falls)에서 레프팅을 즐길 수 있다. 무려 7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이 체험은 스릴과 동시에 자연과 하나 되는 감동을 준다. 물속에 잠긴 순간, 짧지만 강렬한 삶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헬기를 타고 꿀을 찾다: 마누카 꿀 농장

호크스 베이 지역에서는 헬리콥터를 타고 마누카 꿀을 채취하는 특별한 여정도 가능하다. 16만 제곱미터가 넘는 광대한 농장은 자연 그대로의 숲 사이에 벌통이 위치하고 있어, 차량으로 접근이 어렵다.

마누카 꿀은 뉴질랜드 특산품으로,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는 천연 항생제로 알려져 있다. 양봉복 없이도 벌들과 공존하는 농장주의 모습은 자연과 사람의 깊은 신뢰를 상징한다.


남섬의 자유, 캠핑카 여행과 별빛 하늘

남섬에 도착한 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캠핑카를 빌려 자유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좌측 운전, 큰 차체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캠핑카 여행은 뉴질랜드의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방식이었다.

아카로아(Akaroa)에서는 프랑스 깃발이 펄럭이는 독특한 해안 마을과 수제 치즈 공장을 만났다. 작은 마을의 정취와 전통 방식의 치즈 제조는,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다.


카이코라(Kaikoura): 야생 돌고래와의 만남

이곳에서는 실제 야생 돌고래와 수영할 수 있다.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의 눈으로 바다를 탐색해 돌고래 무리를 찾아내는 이 체험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수십 마리의 돌고래가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장면은, 자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사람과 교감하며 수영하는 돌고래들의 호기심과 장난기 가득한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설산과 호수, 그리고 흔들다리: 마운트 쿡 트레킹

여행의 마지막은 마운트 쿡 국립공원(Mount Cook National Park)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후커밸리 트랙(Hooker Valley Track)을 걸었다.

이 코스는 세 개의 흔들다리를 지나며, 빙하수가 흐르는 후커강설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쿠카키 호수의 신비로운 물빛은 '빙하 밀크'라 불리는 미세 암석 가루 덕분이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마운트 쿡을 '아오라키(Aoraki)', 즉 '구름을 찌르는 산'이라 불렀다. 이름처럼, 이곳에서의 경험은 하늘과 맞닿은 듯한 감동을 준다.


시간을 달리는 나라,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1930년대 도시를 거닐고, 야생 동물과 교감하며, 수백만 년 전 생성된 자연을 걷는 일은, 시간을 오가는 감동적인 여정이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이곳 사람들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시간을 달리는 나라’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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