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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50도에서 참치를 하역한다: 15억 원 어치 생명을 지킨 사람들

디-사커 2025. 6. 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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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50도에서 버텨야만 살아남는다? 냉동 창고 속 참치 하역의 세계는 상상 그 이상입니다. 한 조각의 신선함 뒤에 숨겨진 혹독한 노동의 진실을 들여다봅니다.”


출처-바다다큐

혹한 속에서 돌아온 배, 706 오령호의 입항

706 오령호가 20개월 만에 귀환하면서 시작되는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해산물 수산 작업의 기록이 아닙니다. 남극 바다에서 조업을 마친 참치 어선이 정박하며 시작되는 장면은 마치 전장에서 돌아온 병사의 귀환처럼 장엄하고 묵직합니다. 그 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단히 얼어붙은 냉동 창고를 여는 작업입니다. 두꺼운 얼음과의 싸움은 단지 물리적 작업이 아니라, 이 다큐의 정서적 중심축이 됩니다.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은 단순한 기준을 넘어, 이 세계가 얼마나 정밀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줍니다.


얼음보다 더 단단한 사람들, 하역사들의 하루

하역사들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환경에서 참치를 옮깁니다. 영하 50도라는 숫자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실제로 카메라조차 얼어 작동을 멈추는 이 공간에서, 신문지를 신발 안에 넣고 허리 보호대 하나에 의지해 버티는 이들의 모습은 처연하면서도 놀랍습니다.

참치를 옮기는 일은 단순 반복 노동이 아닙니다. 참치가 떨어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극한의 노동’이자, 참치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정밀한 전쟁’입니다. 중장비와 인간의 협업, 그리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은 단순 노동의 차원을 넘어서 있습니다.


그들이 만든 한 점 참치, 먹는 우리는 알까?

이 다큐멘터리의 백미는 단연, 하역사들이 참치를 썰어 나눠 먹는 장면입니다. 그 고기를 만졌던 손, 그 고기를 위해 얼었던 몸. 그들이 참치를 혀끝에 올릴 때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됩니다. 이 한 점의 참치가 얼마나 값지고, 인간적인 것인지.

특히 “상어가 뜯어간 참치가 제일 아깝다”는 말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바다 위 노동의 예측 불가능성과 생존을 향한 처절함을 절묘하게 드러냅니다.

출처-바다다큐


참치를 통해 보는 ‘노동의 본질’과 ‘식탁의 윤리’

우리가 식탁에서 만나는 참치 한 점. 그 뒤에는 ‘노동의 윤리’와 ‘생산의 비극성’이 숨어 있습니다. 금냉 창고의 60도 이하 온도, 3분 이내 내장 제거, 바람이 지나가는 방향까지 고려한 저장 방식은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냉동 창고에서 옷을 벗는 순간 살이 붙어버린다”는 극한 묘사는 이 다큐가 단지 다큐멘터리라기보다, 노동에 대한 인간학적 고찰임을 입증합니다.


이 다큐는 누구를 위한 이야기인가?

이 작품은 단순히 수산업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소비자, 그리고 모든 노동자에게 울리는 이야기입니다. 매일 무엇을 먹고, 어떤 물건을 사는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다큐는 ‘노동의 가시성’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역사 강덕신의 에피소드, 혼자 냉동 창고에 갇혀 체온이 떨어지는 모습은 인간의 한계를 넘는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려는 존재의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줄 하나만 내려줬어도 됐다"는 그 말은 인간의 존엄과 연대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한 점의 신선함은 얼어붙은 노동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것을 말로 하지 않고, 장면으로, 숨소리로, 눈으로 덮인 사람들의 옷자락으로 보여줍니다.

추천 대상:

  • 음식 산업의 이면을 알고 싶은 사람
  • 육체노동의 현실에 관심 있는 사회학도
  • 극한 직업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일반 시청자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먹은 참치, 그 참치는 어디서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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